이 글은 책 <자기소개서, 이력서 쓰기> 를 토대로 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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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현병이기 때문에 자소서나 이력서를 특별히 잘쓰려고 하지 않았다.
매일매일 블로그에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조현병이면 이러한 글쓰기 연습도 다 소용없어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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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현병이라는 사실은 자소서나 이력서를 작성하는 구직자의 입장에서도 큰 핸디캡이다.
조현병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밝힌 자소서를 보고도 그 사람을 뽑아줄 회사는 없다.
인사담당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도 조현병 환자가 비장애인보다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조현병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다른 이야기들로만 자소서, 이력서를 채워야 하는데
조현병이면 그러기도 어렵다는 게 문제다. 왜냐하면 조현병은 정신병 끝판왕으로 통하는 심각한 질병이기 때문에 이미 일상 전반에 조현병이 영향을 미쳤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소서, 이력서에 조현병이라는 사실을 빼고 나면 엉성하고 어딘가 빠진 듯한 자소서가 만들어지고, 조현병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어려운 인생의 여러 결정과 판단들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인사담당자들은 프로이기 때문에 그런 거짓말은 숨기려고 해도 금방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조현병 환자는 뭘 해도 취업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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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은 취업의 커다란 장애물이 맞다. 이 사실부터 인정하지 못하면 조현병 환자는 먹고살지 못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조현병 환자가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뿐이다. 자소서나 이력서를 거의 고려하지 않는 회사로
눈높이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현병이면 생산직으로 취업하거나, 그 것도 안되면 악덕기업에 취직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나마 이 것도 어느정도 젊을 때 가능한 일이다. 조현병인데 나이까지 50, 60대가 되어 버리면
이젠 악덕기업에 취직도 안 된다. 애초에 악덕기업에 취직할 정도라면 정상적인 회사로는 생산직으로도 취업이 안 되서 악덕기업에 취직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는 눈높이를 더 많이 낮춰야 한다.
최저임금 이하를 시급으로 쳐 주는 일자리로 가거나, 청소 일자리 등등 3D 일자리를 전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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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썸네일은 flaticon에서 제공받았습니다. –
2022년 10월 30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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